서심화야

서심화야 10회차

도노 헤세 2015. 4. 23. 00:40

 

'첫 글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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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10X. 꿈 일지의 마지막 장. 어릴 적에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습니다. 대통령이 되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맛있는 것을 많이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 엄마도 다시 집으로 돌아오실거고, 아버지도 나랑 누나를 때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술 취한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누나가 매일 이상한 옷을 입고 늦게 돌아오기 시작한 때부턴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은 모두에게 존경받고 나쁜 것을 고쳐주는 사람이잖아요. 고아라고 우리를 무시하던 사람들에게 그것이 틀렸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누나에게도, 누나가 하는 일은 나쁜 거라고. 그래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노력하고 또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오후 두 시, 거래의 시간.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자신의 앞에 선 새까맣게 썬팅된 벤츠에 탄다. 가져 왔나? 안에 타 있던 자의 말에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띄며 손에 들려있던 서류봉투를 건넨다. 고생 꽤나 했습니다. 회장님 마음에도 드셨으면 좋겠군요. 단단히 밀봉되어 있던 서류봉투가 북, 뜯어지고 그 안에 들어 있던 서류를 흩어본 자의 표정이 그제서야 부드럽게 풀린다. 수고했네, 이거면 그쪽 기업이 무너지는 것도 한순간이군. 이건 약속했던 걸세. 묵직한 가방을 만족스레 받아 든 그가 차에서 내린다. 이윽고 그의 뒷모습이 도심가의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진다.

 오후 두 시, 가장의 시간. 시끌벅적한 인파 속으로 카메라 플래시들이 동시에 번쩍인다. 그들의 시선이 온통 주목되어 있는 곳은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던 한 건물, 몇 시간 동안이나 그들이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그 건물 안에서 나온다.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집중되는 플래시와 물밀 듯이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귀를 틀어막을 법도 하건만, 그들은 허허 웃는 표정으로 그들의 질문에 대답한다. 아뇨, 작은 좀도둑이었습니다. CCTV도 계속 돌려보고 있으니 다들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 . 주가가 떨어질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 투자자 분들도 그 건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연하죠. 사건이 일어났을 시간에 뭘 하고 있었냐고요? , 제가 그 때 연락을 바로 받지 못한 건 회사 운영과 관련되었던 일이라 대답드리기 곤란하군요. 사적인 일로 대처가 늦어졌다면 당연히 이 일에 책임을 졌을 겁니다. 이만, 아직 정리가 남아 있어서 나머지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죠. 목에 핏대를 세우는 기자들을 뒤로 한 채, 그들이 탄 차는 황급히 도로 속으로 사라진다.

 오후 두 시, 정지의 시간. 아직 밝은 오후이건만, 창틀까지 쳐놓은 커텐 탓에 룸 안은 침침하기 그지 없다. 그리고 그 그늘은 룸 안에 있는 여자들의 얼굴 위로 번져흐른다. 요란한 색의 화장품으로 애써 그것을 가리며, 그들은 방 안에 있는 전자시계의 PM이라는 글자가 AM으로 바뀌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잠시나마 짐승의 탈을 벗을 수 있는 시간, 자신들의 몸을 좀먹는 지긋지긋한 홍등이 꺼져 있는 시간, 지친 몸뚱이가 아무렇게나 벽에 기대 널브러진다.

 

 [그런데. 결국 깨달은 결론은 하나입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우리도 당신들과 같은 사람이라고 설명을 해도, 그들이 우리를 보는 동정과 이해의 시선 뒤로는 경멸이 섞여 있다는 것 말입니다. ? 나도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었어. 너희와 동등한. 이 좆같은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그렇게 발버둥을 쳤는데도, 간신히 끝을 붙잡은 내 손을 너희는 구둣발로 짓이기지. 같은 땅 위에 서는 것조차 참을 수 없다는 듯 떨어트려 버리지. 씨발. 잘 봐, 너희가 밟아 죽인 그 벌레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깨달아.

너희도, 결국엔, 그 벌레였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