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심화야 16회차
'달에 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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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스로를 ‘달’이라 불렀다.
그들은 스스로를 '달'이라 불렀다.
달들의 세계는 혼란하다. 우리만큼 혼란이라는 명사가 잘 어울리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개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이, 인간의 절제심을 버리고 한 쌍의 짐승이 되어 아무데서나 육욕을 취하는 이들, 사소한 일에 주먹을 휘두르고 의자를 내던지는 이부터 몽롱한 시선으로 아무것도 없는 무(無)를 갈망하는 이까지. 격정과 침잠이 한데 뒤엉켜 있는 이 세계는 실로 혼란이라 할 만 했다.
달들의 세계는 혼란하다. 그들만큼 혼란이라는 명사가 잘 어울리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코카인에 취해 개돼지마냥 바닥을 기는 이, 어금니 사이로 엑스터시를 부수며 냄새나는 키스와 열락을 나누는 이들, 1mg이라도 더 많은 헤로인을 얻기 위해 날붙이와 총알을 번득이는 이부터 왜곡된 시야 사이로 신을 보며 팔을 허우적거리는 이까지. 격정과 침잠이 한데 뒤엉켜 있는 이 세계는 실로 혼란이라 할 만 했다.
우리가 겪는 혼란은 성취인 동시에 징벌이었다. 불온한 방법으로 태양이 되려 한 자들, 본인의 쾌락과 이상은 얻었으되 인간의 세계에서 퇴출되어 저들끼리 엉겨붙게 된, 가공된 만족 속에서 허우적대는 우리는 자신에게 달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망설임이 없었다. 한 줌 움켜진 빛이나마 그러모아 스스로를 빛내게 된 우리에게 달은 자부심이자 자존감였다.
그들이 겪는 혼란은 성취인 동시에 징벌이었다. 불온한 방법으로 현실을 도피하려 한 자들, 마지막 남은 인간성까지 팔아 짐승의 세계에 기어들어가게 된, 도태의 진창 속에서 허우적대는 그들은 자신에게 달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망설임이 없었다. 눈 앞의 오물을 빛이라 착각해 온 몸에 덕지덕지 발라놓은 그들에게 달은 오만이자 허황이었다.
인세에서 오는 모든 속박으로부터의 자유가 보장된 세계, 우리는 그곳에 있었다. 낯을 떠나보내고 얻게 된 자유는 맛은 달고 향은 진한 감로수라, 우리는 뇌까지 끈적하게 녹아들듯한 황홀감을 안고 밤을 부유했다. 저를 달이라 일컫는 자들을 밤은 녹진히 감싸안았다.
눈길조차 주는 것도 불쾌해 아무도 건드리려 들지 않는 세계, 그들은 그곳에 있었다. 제 오감을 스스로 해해 얻어낸 엉터리 만족을 마시며, 그들은 부란의 역내가 뚝뚝 떨어지는 배덕함을 안고 허무를 부유했다. 저를 달이라 일컫는 자들을 허무는 부서질 듯 움켜쥐었다.
우리는, 밤의 태양이 되어 세상을 비추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진창의 오물이 되어 세상을 더럽히는 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