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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심화야 2회차

서심화야 2015. 4. 23. 00:33

 

'슈베르트, 마왕'


 

 '최근 남남커플과 같은 동성애 코드가 드라마나 영화 내에서 트렌드...' 연예 관련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기사에 선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세상에, 아무리 요즘 사회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남자들끼리 뭐 하는 짓이람? 저런 걸 보고 좋아한다니 이해가 안 가. 화면 속에서 서로 끌어안으며 웃고 있는 두 남자 배우들의 모습에 선희의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렸다.

 '일가견에서는 남남간의 너무 과도한 스킨쉽 장면에 대해 사회적 정서와 맞지 않으므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방문이 삐꺽, 삐끄덕 원활치 않게 열리는 소리에 선희는 TV에서 시선을 돌렸다. 지유가 책가방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17분, 한 시까지 지유가 학원에 도착하려면 서둘러 점심을 싸서 챙겨줘야 했다. 다행이도 TV를 보기 전에 미리 샌드위치 재료들은 챙겨 놨으니 싸기만 하면 되었다.


 "미안, 지유야. 엄마가 잠깐 쉬고 있었어. 금방 점심 싸줄테니까 잠깐만 기다릴래?"

 "네, 아직 학원 차 시간 괜찮아요. 그럼 저 잠깐 TV 보고 있을게요."


 지유가 소파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에 가 앉는 걸 보며 선희는 빠르게 부엌으로 향했다. 식빵을 대각선으로 잘라 그 위에 마요네즈와 버무린 으꺤 계란, 햄, 양상추 등을 끼워넣으며 손을 바삐 움직이고 있는 와중에 TV 채널이 바뀌는 소리가 났다. 뉴스로 채널을 돌린 듯 딱딱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얘가 평소에는 그렇게 보라고 해도 안보더니만 웬일이래? 샌드위치가 흐트러지지 않게 은박지로 감싸고 락앤락 용기에 꼭꼭 눌러담고 나서야 선희는 한 숨 돌리며 시간을 살폈다. 12시 25분, 학원차는 집 앞으로 30분에 도착하니 지금 나가면 딱 알맞을 것이다. 선희는 얼른 비닐장갑을 벗은 뒤 도시락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다 됐다. 아직 안 늦었지? 어서 이거 가방에 넣으렴."

 "네, 엄마. 그럼 다녀올게요."

 "그래. 오늘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문을 닫고 나가는 지유의 모습 뒤로 띠르릉, 탁 하고 도어락의 딱딱한 전자음이 울렸다. 잠긴 문 안에서 잠시 서 있던 선희는 다시 부엌으로 돌아갔다. 급히 도시락을 싸느라 부엌 안은 널려진 접시들로 엉망이었다. 토요일이라 남편도 일찍 들어오니 어서 점심 준비도 해야 했다. 이번엔 붉은 색 고무장갑을 낀 손이 마요네즈 범벅인 접시를 집어들어 싱크대로 가져갔다. 그녀가 미처 끄지 못한 TV소리가 쏟아지는 물과 달그락거리는 그릇 소리에 사그라졌다. 'OECD가 소속 국가 내에서 청소년 자살율에 대한 통계를 발표해...'




[SYSTEM : '햇살'님이 채팅방에 참가하셨습니다.

 은초롱 : 안녕하세요, 햇살님 ^^ 오랜만에 오셨네요!

 햇살 : ㅎㅎ 요즘 학원다니느라 바빠서요. 고딩 되니까 정신이 없어요 ㅠㅠ

 쑨 : 다 그렇죠 뭐~ 어제 작렬남 보셨어요? 우리 재키오빠 너무 멋있어서 꺄 >_<

 은초롱 : ㅇㅇㅇㅇㅇㅇ! 후니랑 케미도 쩔고요! 저 완전 옆에 엄빠있는데 동동 굴렀다니까요?

 쑨 : 역시 은초롱님 뭘 아시는구나! 재키랑 후니 쩔죠 ㅠㅠ 둘이 어제 끌어안았을때 대~박!

 햇살 : ㅎㅎㅎ 둘이 잘어울리더라고요. 님들님들 효미랑 솔언니도 완전 귀엽지 않았어요? 둘이 같이있음 넘 이쁘던데!

 은초롱 : 엥? 근데 여자여자잖아요~ 전 남자들끼리 그러는건 보기 좋은데 여자끼린 쫌 그렇더라! 내가 여자라 그런가? ㅋㅋ

 쑨 : 저도저도! 둘이 예쁘긴 한데~ 그래도 같이 있는건 쫌 그렇다는!

 햇살 : 그런가...? ㅎ 아, 저 이제 저녁시간이라 ㅠㅠ 나중에 또 올게요! 안녕히계세요~

 은초롱 : 벌써가시다니 ㅠㅠ 나중에봐요!

 쑨 : 안뇽~

 SYSTEM : '햇살'님이 채팅방에서 나가셨습니다.]




 자글자글 고기가 구워지는 불판 위로 기름이 탁 튀어올랐다. 얼얼한 통증에 지유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기름이 튄 자리에 입을 가져다대자 미끌함과 느끼함이 혀끝으로 느껴졌다. 따끔거리는 것이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후 입김을 불며 지유는 자신의 엄마와 아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영철이 양파절임을 집어올리던 손을 멈추고 지유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니? 아빠한테 할 말이라도 있어?"

 "응?"

 "아닌가?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길래. 저거 타겠다, 얼른 먹어라. 여보, TV좀 틀어보지."

 "밥 먹는 데 TV는. 지유야, 리모컨 거기 있다."


 지유가 버튼을 누르자 커다란 LED 화면으로 두 남자의 모습이 떴다. 한 남자가 다른 남자의 팔을 끌어안듯이 꼭 붙잡고 밤길을 걷는 모습이었다. 지유의 손에 들려있던 리모컨이 툭 떨어졌다. 고기쌈을 싸던 영철이 TV화면을 보며 불쾌감서린 표정을 지었다.


 "요즘 드라마들은 다들 왜 저런지 몰라. 사내놈들끼리 저렇게 있는 거 보면 징그럽다니까."

 "쟤네들은 캐스팅 될 때 미리 대본 받을텐데, 왜 저런 걸 덥썩 받는지 모르겠어. 나중에 자기가 저런 연기한 거 다시 보면 엄청 부끄러울거야. 그렇지, 지유 아빠?"

 "젊은 놈들이 뭣도 모르고 하는 거지. 에이, 밥맛 떨어지게. 지유야, 채널 돌려라."


 화면을 보고 있던 선희와 영철은 계속 두 남자가 웃고 있는 모습이 나오자 지유를 돌아보았다.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딸의 모습에 둘은 의아하다는 시선을 섞었다. 선희가 들고 있던 집게를 내려놓고 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지유야, 왜 그래? 어디 아프니?"

 "엄마랑 아빠는 왜 그렇게만 봐요?"

 "뭐? 무슨 말 하는 거야, 얘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씀하시잖아요! 저 드라마가 뭐 어때서요? 고작 방송일 뿐인데!"

 "지유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고작 드라마 하나때문에 엄마아빠한테 언성을 높혀?"

 "두 분은 아무것도 몰라요, 아무것도!"

 "지유야! 아니 얘가?"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엎어진 접시에도 아랑곳않고 지유는 쿵쿵거리는 발걸음으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굳게 닫힌 벽 사이로 화난 목소리의 영철과 그를 말리는 선희의 목소리, 그리고 아직까지도 틀어져있는 드라마의 소리가 섞여서 흘러들어왔다. 지유의 몸이 침대에 풀썩 쓰러졌다. 하얀 색 이불로 꽁꽁 몸을 감쌌지만 문 건너편의 불협화음은 그 방벽을 뚫고 지유의 귓가로 파고들었다.


 "애가 공부하느라 스트레스 받아서 그래, 좀 진정해요!"

 '야, 임마. 너무 달라붙어 있는 거 아냐? 남들이 보잖아.'

 "고작 연예인들 몇 욕했다고 부모한테 언성을 높이는 딸이 어디 있어! 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보면 어때? 그냥 친구끼리 팔짱끼는건데. 아, 우리 저거 먹으러 갈까? 사 줘, 사 줘어-'





 유난히 날이 맑았다. 벌써 저녁인데도 맑은 여름밤이라 그런지 낮처럼 밝았다. 주말답게 북적북적한 시내에서 홀로 있는 지유의 모습은 마치 혼자서만 다른 세계인 듯 동떨어져 보였다. 다들 웃으면서 팔랑팔랑 걸어다니는 가운데 지유의 운동화 밑창이 땅에 질질 끌렸다.

 '카페X네'는 평소 자신이 좋아하지 않던 카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유는 안으로 들어갔다. 문에 달린 딸랑이는 종소리가 유난히 컸다. 아무 메뉴나 시킨 뒤 눈에 보이는 빈 자리에 홀로 앉아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익숙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옹기종기 모여앉아있는 자기 또래 여자애들이 스마트폰으로 아까 집에서 보던 드라마를 틀어놓고 있었다. 지유의 시선이 깔깔거리면서 떠드는 여자애들에게로 향했다.


 "얘네 진짜 게이 아냐? 어떻게 연기로 이런 삘이 나와?"

 "그치, 수상하지? 난 얘네 둘 중 한명은 진짜 게이다에 한 표!"

 "둘이 촬영장에서도 맨날 붙어다닌대. 이정도면 기정사실이지 뭐."

 "어우, 정말? 그쯤되면 징그럽다, 징그러워."

 "소속사에서는 뭐라고 안 하나 몰라. 말려야 하는 거 아냐?"


 한참 얘기를 주고받던 중 딸랑이는 소리에 지유 옆 테이블에 있던 아이 중 한명이 문쪽을 슬쩍 보았다. 이런 카페에 어울리지 않게 혼자인 뒷모습이 막 닫혀 흔들리는 유리문 뒷편으로 보였다. 방금 들어온 애 아니었나? 유리문 밖으로 지유가 멀어져가는 것을 바라보는데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


 "저, 여기 옆 테이블에 있던 손님 못보셨어요?"

 "걔 아까 나가던데요. 어, 벌써 사라졌네."

 "네? 아니, 돈까지 다 내놓고 나가는 경우는 또 처음이네. 나 참..."

 "그거 아포카토에요? 언니, 주인 없는 거면 저희 주면 안 돼요? 그냥 버리면 아깝잖아요."

 "그럴래요? 손님들 운 좋네요."


 대박이라며 손뼉을 치고 웃는 친구들 사이에서 아까 그 아이는 잠시 지유가 사라졌던 곳을 바라보았다. 야, 너 뭐 보고 있어? 안 먹으면 쟤가 니 몫까지 다 먹을걸? 친구의 재촉에 아이는 잠깐 뺨을 긁적이다가 시선을 돌렸다. 내가 알 게 뭐람. 아이는 그새 이만큼 먹었냐며 소리를 빽 지르곤 스푼을 집어들었다. 테이블이 다시 떠들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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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노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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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심화야 1회차

서심화야 2015. 4. 23. 00:32

 

'AM 2:00'

 

시선, 그것은 어느 것에나 있다.

시선은 때론 부모가 되기도, 어느 순간 선생으로 변하기도 한다. 연인, 상사, 부부, 시선은 이 모든 것이 될 수 있고 동시에 그것들이 되어있기도 하다. 또한 시선의 존재는 단지 인간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로, 그 밑에서 바스러지는 모래 알갱이로, 또 그것을 쓸어올리는 바람으로도 변한다. 그렇게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 시선의 무더기 속에 파묻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어떤 순간에도 방심하지 말기를, 가장 은밀한 시간에 은밀한 장소에서도 시선은 언제나 따라붙고 있으니.

 

새벽 두 시, 집중의 시간. 검은 복면으로 몸을 가린 한 사람이 여러 번 해본 듯 익숙한 몸놀림으로 담을 넘는다. 놀랍게도 제법 높은 담을 훌쩍 뛰어넘어 착지하는데 밤은 여전히 고요하다. 잠시 주위를 살피던 그는 곧 살은 거리는 발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아직 몇몇 방은 불이 켜져 있는 커다란 빌딩, 그는 빌딩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녹아든다.

새벽 두 시, 번잡의 시간. 말단 순경에겐 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남들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일과들을 헤아리며 컵라면 하나로 허기를 달래던 그는 또다시 울리는 출동 신호에 부리나케 몸을 일으킨다. OO 기업에도둑이 들었다는 메시지를 빠르게 흝으며, 어느새 경찰차엔 시동이 걸려있다. 반도 비우지 못한 컵라면은 불어 가고 엑셀을 밟는 그의 몸은 어둠에 잠겨간다.

새벽 두 시, 애태움의 시간.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아들을 걱정하던 아버지는 잠시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꺼낸다. 번호를 하나씩 누를 때마다 바쁜 아들을 방해하는 게 아닌가 고민에 고민을 곱씹으며 한참을 걸려 완성한 아들의 번호를 확인하며 그는 통화 버튼을 누른다. 그냥 끊을까, 출동 중인 건 아닐까, 자신도 모르게 꽉 쥔 핸드폰에서 나오는 소리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쌓여있던 긴장이 탁 풀리고 아버지는 힘없이 통화를 끊는다. 아버지의 눈에 담긴 허탈함이 창밖의 밤으로 물든다.

새벽 두 시, 충격의 시간. 요란스레 울리는 전화벨에 남자는 짜증을 내며 일어난다. 오밤중에 뭐야, 뒤척이며 돌아눕는 아내의 소리를 뒤로하고 침대에서 일어난 그는 약간의 불쾌함이 섞인 어투로 전화를 받는다. 누구요? 이 새벽에. 그때까지도 잠에 취해있던 남자의 얼굴은 핸드폰에서 이어지는 말에 점점 일그러지다가 경악으로 바뀐다. 그, 그게 진짜입니까? 피해 상태는요? 황급히 전화를 끊고 옷을 걸쳐 입는 그에게 아내가 무슨 일이냐며 묻는다. 회사에 도둑이 들었대. 대체 어떤 미친놈이... 빨리 다녀와야겠어. 허둥지둥 양복 재킷을 걸치며 차 시동을 거는 남자의 몸이 밤 속으로 사라진다.

새벽 두 시, 열락의 시간. 한참을 헐떡대던 비대한 몸뚱이의 남자는 이젠 지저분한 미소를 띠며 옆에 누운 여자의 허리를 쓰다듬고 있다. 아이, 간지럽다니까. 근데 회장님, 아까 전화 안 받아봐도 돼요? 계속 울리던데. 콧소리 섞인 여자의 말에 느물거리는 표정은 더 짙어지고 지분거리던 손은 점점 아래로 향한다. 뭐 또 쓸데없는 전화겠지. 그런 건 네가 신경 쓸 게 아냐. 흐, 한번 더 할까? 팁은 두둑하게 얹어줄 테니. 여자의 표정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가 다시 활짝 피어나고 붉은 조명은 들썩이는 흰 이불 위로 흉하게 얼룩진다. 추잡한 붉은색이 침묵의 칠흑 속으로 삼켜져간다.

새벽 두 시, 권태의 시간. 여자는 울긋불긋한 목덜미를 스카프로 가리며 한숨을 쉰다. 하루 종일 진한 화장에 찌들어있던 얼굴은 부석 해져있고 눈 밑에 드리워진 다크서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여력 하다. 비록 몸은 지쳤지만 그래도 며칠 동안 돈 걱정은 없다고, 애써 자신을 위로하며 여자는 작은 쪽방으로 들어간다. 태현아, 누나 왔어. 그녀의 가다듬은 밝은 목소리에 허름한 방에 있던 소년이 대답 없이 벌떡 일어난다. 거칠게 쾅 닫히는 문소리에 씁쓸한 미소가 새카만 가난의 그림자 안으로 곪아간다.

새벽 두 시, 격정의 시간. 신경질적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소년은 결국 제 분을 참지 못한 듯 굴러다니는 깡통을 거칠게 발로 찬다. 요란한 소리가 그의 귓가를 울린다. 답답한 숨을 후, 내쉬며 전봇대에 기댄 소년이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다. 어어, 너! 이거 어린놈의 새끼가 담배를 피워? 야,이 새끼야.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어디 쌍심지를 켜고... 갑자기 다가와 잔소리를 퍼붓는 남자의 입에서 풍기는 술 냄새에 씨발, 소년이 욕을 내뱉자 대뜸 주먹이 날아온다. 전봇대에 콱 부딪쳤다가 쓰러진 소년의 눈이 흔들린다. 씨발? 이런 씨발놈의 애새끼가 어디서 욕지거리야! 너 나랑 같이 경찰서 가. 너 같은 놈은 콩밥 좀먹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씩씩거리며 발길질을 해대는 남자에게 몇 대 맞던 소년은 그의 발목을 잡아챈다. 술에 전 몸이 어, 하면서 바닥에 부딪치고 그 위로 소년의 몸이 올라탄다. 버둥거리는 남자의 목을 조르며 소년의 피맺힌 입가가 띄는 웃음이 더러움으로 검게 착색된 세상에 가라앉는다.

시선,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을 비추는 그것은 어느 곳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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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노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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